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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최고의 나쁜 **을 가려보자'...UFC BMF 챔피언의 모든 것 [이석무 파이트클럽]

종합격투기 대회 UFC에는 재밌는 챔피언 벨트가 하나 있다. 정식으로 인정받는 타이틀이 아니다. 선수들은 이 벨트를 가지고 싶어한다. 바로 ‘BMF 타이틀’이다. ‘BMF’는 ‘the Baddest MotherFu***r’의 줄인 말이다. 입에 올리기 민망한 비속어지만 우리말로 ‘지구상 최고의 나쁜 **’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이 타이틀이 생겨난 배경부터 재밌다. 201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혼다센터에서 열린 ‘UFC 241’ 대회에서 UFC 241에서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앤소니 페티스(37·미국)를 꺾은 ‘악동’ 네이트 디아즈(38·‘미국)는 승자 인터뷰에서 다음 상대로 호르헤 마스비달(39·미국)을 직접 지목했다.디아즈 대 마스비달의 경기가 열린다고 하자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화제성을 놓고 봤을 때 단연 흥행이 보장되는 경기였다. 둘 다 아무도 못 말리는 악동이자 독설가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화끈한 경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미국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악동끼리 ‘지구상에서 가장 화끈한 진짜 상남자를 가려보자’라는 볼거리가 만들어졌다. 결국 둘의 대결은 2019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FC 244에서 성사됐다.돈 냄새를 맡는 데 일가견이 있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당장 둘을 메인이벤트로 하는 대회를 만들었다. 심지어 팬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극적인 이름이 붙은 비공식 챔피언벨트를 만드는 것이었다.허울뿐인 비공식 타이틀이지만 UFC는 나름 이 벨트에 큰 의미를 담았다. 배우 드웨인 ‘더 락’ 존슨이 직접 등장해 벨트를 승자 허리에 직접 채워준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이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 팬들은 즐거워했다. BMF 타이틀전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UFC 244에서 마스비달이 디아즈를 3라운드 종료 TKO로 누르고 초대 BMF 챔피언에 등극했다. 물론 그때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마스비달은 정식 챔피언도 아닌데 굳이 애써 방어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다니면서 팬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데 그 벨트를 사용했다. 공교롭게도 마스비달은 그 이후 4연패를 당한 뒤 UFC에서 은퇴를 선언했다.두 번째 BMF 타이틀전은 4년 뒤에 열렸다. 경기에 나선 선수는 더스틴 포이리에(35·미국)와 저스틴 게이치(35·미국)였다. 라이트급 톱랭커인 두 선수는 ‘명승부 제조기’로 유명하다. 다시 한 번 UFC는 작년 7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UFC 291에서 포이리에와 게이치 경기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마스비달의 은퇴로 공석이 된 BMF 챔피언을 가린다”고 발표했다. 경기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1라운드부터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졌다. 결국 게이치가 2라운드 1분 만에 헤드킥을 적중시켜 포이리에를 KO시켰다. ‘명불허전’이었다. 새로운 BMF 챔피언에 오른 게이치는 이제 방어전에 나선다. BMF 챔피언이 생긴 이래 처음 열리는 방어전이다. 한국시간으로 1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UFC 300 대회에서다. 상대는 전 페더급 챔피언으로 지난해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은퇴시켰던 맥스 할로웨이(32·미국)다. 할로웨이는 원래 페더급에서 활약하지만 이번 경기를 위해 한 체급을 올렸다.재밌는 것은 게이치나 할로웨이 모두 ‘BMF’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착한 선수라는 점이다. 두 선수는 트래시 토크는 거의 하지 않고 사생활에서도 사고를 치는 법이 없다. 모범적이고 가족을 중시한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BMF 챔피언’ 게이치와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BMF 타이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팬들이 BMF 타이틀을 좋아하는 것이 너무 기분좋다. 그래서 나도 BMF 타이틀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 BMF 벨트를 가진 선수라는 것은 내 경력에 좋은 일이다. 챔피언 벨트를 집에 걸어놓으니 보기도 좋다.” ‘BMF 챔피언’ 치고 너무 착해 보인다고 묻지 본인도 껄껄 웃으며 인정했다. 게이치는 “격투기에 입문하기 전에는 내가 싸울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내가 터프한 레슬러란 걸 알았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게이치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BMF 챔피언답게 화끈한 싸움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포이리에와 치른 지난 경기는 가장 BMF 다운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장 완벽한 BMF 파이터였지만 내가 이겼다. 이번 할로웨이전 역시 그 정도 수준의 대결이라 생각한다. 할로웨이는 BMF 타이틀전을 받을 자격이 있고 그와 타이틀을 걸고 싸울 수 있어 흥분된다.” 2024.04.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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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파이트클럽] '더 락'에게 집 선물 받은 UFC 파이터, 그가 싸우는 이유

2023년 8월 한 편의 유튜브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영상 속 주인공은 짐바브웨 출신의 UFC 파이터 템바 고림보(32)였다.WWE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현재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더 락' 드웨인 존슨이 그 영상에 함께 등장했다. 고림보는 당시 어려운 생활 형편 탓에 체육관 한 구석에 있던 빈 소파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존슨은 그런 고림보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그가 짐바브웨에 머물고 있던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널찍한 집이었다. 존슨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넘쳤던 고림보는 집 선물까지 확인하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참이나 존슨을 끌어안고 'Thank you'를 수없이 외쳤다. 그 영상은 현재 482만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사실 고림보가 대중에게 화제가 된 것은 그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살아온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오히려 삶 그대로 영화를 만든다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고림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았다. 13살 때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됐다. 16살 때는 인권 유린으로 악명 높은 마랑게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 수준의 일을 했다.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몰래 팔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개를 풀어 고림보를 공격했다. 그의 몸에는 개에게 물린 상처가 한가득이다. 격투기 경기에 나설때면 그의 예사롭지 않은 인생을 확인할 수 있다.정말 운좋게 살아남은 고림보는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고향 짐바브웨를 떠나 미국행을 결심했다. 미국에 도착했을때 그가 가진 돈은 7달러가 전부였다. 그는 당시 7달러가 적힌 은행 계좌 화면을 캡처해 지금도 힘들 때마다 본다고 한다.고림보는 2008년 개봉한 액션 영화 '겟섬'을 우연히 보고 격투기 선수의 꿈을 갖게 됐다. 다행히 운동 재능이 있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충만했다. 주변에서 도움을 준 이들도 여럿 있었다.20살이던 2013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한 중소단체에서 활약했디. 그리고 데뷔 10년 만인 2023년 2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UFC 무대에 데뷔했다. UFC에서 두 차례 경기를 치러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작년 2월 데뷔전은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지만 3개월 뒤 두 번째 경기에선 일본 파이터를 상대로 판정승을 따냈다.필자는 최근 UFC 3차전을 앞둔 고림보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림보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4일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에서 피트 로드리게스(미국)과 웰터급 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고림보는 2전짜리 UFC 선수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때문에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정작 그는 과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연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어이가 없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UFC 선수로서가 아닌 드웨인 존슨과 스토리, 그리고 과거 불우한 인생에만 쏠리는 관심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림보의 말 속에서도 그런 생각이 어렴풋이 엿보였다. 그는 "이 스포츠에서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배당률 같은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오로지 중요한 것은 경기 당일에 싸우는 우리들 뿐이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에서 인생은 불행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고림보는 여전히 고국을 잊지 않고 있다. 여전히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경기가 끝날 때마다 자신이 사용했던 글러브와 경기복을 경매에 부쳐 고향 마을을 지원한다.UFC에서 첫 승을 거둔 뒤에는 받은 대전료 가운데 7000달러를 들여 짐바브웨 고향 마을에 물펌프를 설치했다. 그의 선행 덕분에 고향 사람들은 지금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다.고림보는 "나는 항상 우리 고향 사람들을 돕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내가 지금 짐바브웨를 떠나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서 내 고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 나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10년, 20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나만의 레거시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싸우는 이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데일리 기자 2024.02.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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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킥복서와 킥복싱 대결? 추성훈의 무모한 도전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재일동포 파이터 추성훈(49·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돌아온다. 그런데 경기가 특이하다. 네덜란드의 킥복싱 전설과 입식타격기가 포함된 특별룰로 대결한다. 악어 입 속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도전이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종합격투기 단체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은 최근 깜짝 발표를 했다. 오는 2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리는 'ONE 165' 대회에서 추성훈의 출전을 공개한 것. 추성훈이 종합격투기 선수로 복귀하는 건 674일 만이다. 마지막 경기는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일본 격투기 레전드 아오키 신야(41·일본)와 경기였다. 1라운드에서 아오키의 그라운드 기술에 고전했던 추성훈은 2라운드에서 놀라운 파워를 발휘해 펀치 KO승을 거뒀다. 십수년간 추성훈을 '겁쟁이'라고 도발했던 아오키의 콧대를 꺾은 승리였다.그리고 추성훈은 본업(?)인 방송인으로 돌아왔다. '전지적참견시점', '피지컬:100', '순정파이터', '더 와일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에도 등장했다. 방송 활동만으로도 바쁜 추성훈이 갑자기 격투기에 등장한다고 하니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더 놀라운 것은 상대가 니키 홀츠켄(41·네덜란드)이라는 점이다. K-1, 글로리 등 킥복싱 메이저 단체에서 수많은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킥복싱에서 113전 94승 18패 1무라는 화려한 전적을 쌓은 홀츠켄은 프로복싱 선수로도 활약하면서 15전 14승 1패 전적을 기록했다. 물론 그도 40대에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여러 단체에서 치른 11경기에서 7번이나 패배를 맛봤다.진짜 놀라운 건 경기 방식이다. 입식과 종합격투기가 혼합된 특별룰이다. 3분 3라운드로 치러지는데 1라운드는 복싱, 2라운드는 무에타이, 3라운드는 종합격투기 방식으로 싸운다. 세 라운드 모두 종합격투기용 오픈핑거 글러브를 사용한다.추성훈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도선수 출신이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복싱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갔다. 과거 프랑수아 보타(56·남아프리카공화국) 제롬 르바네(52·프랑스) 멜빈 만후프(48·네덜란드) 같은 복싱 및 킥복싱 파이터와 싸워 2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경기들은 모두 종합격투기 룰이었다. 입식 경기는 공식적으로 치러본 적이 없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홀츠켄이 유리한 영역에서 싸워야 한다. 원챔피언십에서 이같은 방식의 경기는 처음이 아니다. UFC와 원챔피언십에서 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낸 드미트리어스 존슨(38·미국)이 2021년 12월 '원X' 대회에서 태국의 무에타이 챔피언 로드탕 지트무앙논(27·태국)과 비슷한 경기를 벌였다. 1라운드는 무에타이 룰, 2라운드는 종합격투기 룰로 벌인 이 경기에서 존슨은 2라운드 2분 13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존슨은 무에타이 룰로 치른 1라운드에서 고전했지만, 버텨냈다. 반면 무에타이 선수는 2라운드에서 존슨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2004년 K-1 다이너마이트에선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밥 샙(51·미국)과 르바네가 혼합룰 경기를 벌였다. 1, 3라운드는 킥복싱으로, 2, 4라운드는 종합격투기로 열렸다. 예상대로 킥복싱에서 르바네가, 종합격투기에서 밥 샙이 압도했다.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처음에는 서커스 같은 경기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경기가 열리니 밥 샙과 르바네의 스타일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색다른 재미가 펼쳐졌다. 르바네는 밥 샙과 싸우고 5개월 뒤 종합격투기 경기에 다시 도전, 1라운드 2분 24초 만에 니킥으로 승리했다. 당시 패한 상대가 추성훈이었다. 종합격투기 데뷔 후 2전 만에 당한 첫 패배였다. 물론 이 경기는 체중 차이가 너무 컸던 미스매치였다.추성훈-홀츠켄 경기는 절대적으로 추성훈이 불리한 조건이다. 추성훈은 1, 2라운드 6분을 쓰러지지 않고 버텨야 자신에게 유리한 3라운드를 치를 수 있다. 특히 킥복서의 화려한 킥 공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다만 6분을 버틴다면 그때부터는 추성훈의 시간이다. 홀츠켄은 20년 넘는 격투 경력을 가졌지만, 종합격투기 경험은 전혀 없다. 추성훈은 지난 아오키와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할 수 있다. '지옥 같은 6분'을 분을 버틴다면 말이다. 2024.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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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파이트클럽] UFC 헤비급 세대교체 이끌 새로운 영웅은 누구

UFC 헤비급의 세대교체를 이끌 새로운 영웅이 온다. 한 명은 괴력의 러시아 사나이, 또 한 명은 영국의 그라운드 기술자다.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295’ 대회는 챔피언 결정전이 두 경기나 열린다. 그것도 최중량급인 헤비급과 라이트헤비급에서다.특히 많은 관심을 끄는 경기는 헤비급 잠정 타이틀전이다. 헤비급 랭킹 2위 세르게이 파블로비치(러시아)와 4위 톰 아스피날(영국)이 맞붙는다.원래는 현 챔피언 존 존스(미국)와 랭킹 1위 스테판 미오치치(미국)의 타이틀전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밤 훈련 도중 늑골을 감싸는 흉근 인대가 파열되면서 존스의 출전이 무산됐다. 존스는 수술을 받았고 회복까지 약 8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존스의 복귀가 무산된 것은 아쉬운 부분. 하지만 그 대신 파블로비치와 아스피날이 잠정 타이틀전을 갖는 것으로 발표되자 팬들의 기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UFC 헤비급의 미래를 이끌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생으로 31살의 비교적 젊은 파이터인 파블로비치는 19전 18승 1패라는 빼어난 전적을 자랑한다. 18승 가운데 15승이 피니시 승리일 정도로 압도적인 힘과 기술을 자랑한다.어릴 적 농구, 핸드볼, 레슬링 등의 운동을 접했던 파블로비치는 거칠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늘 싸워야 했다. 길거리 파이트도 피하지 않았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처럼 산에서 곰과 씨름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범죄, 마약 등 거친 삶과 매일 마주쳐야 했다.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파이터의 길을 선택했다.파블로비치는 UFC에 오기 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5살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그레코로만 레슬링을 익혔다. 성인이 되고 나선 러시아 최정예 공수부대에 입대해 군용무술과 컴뱃삼보를 배웠다. 군 생활을 마치고 2014년 러시아 종합격투기 단체 FNG에 뛰어들어 12전 전승을 기록, 헤비급 챔피언까지 올랐다.2018년 UFC에 온 뒤에도 파블로비치는 승승장구했다. UFC 데뷔전에선 ‘육식 두더지’ 알리스타 오브레임(네덜란드)에게 1라운드 TKO 패를 당했지만 이후 6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두면서 헤비급 톱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이긴 상대 가운데는 데릭 루이스, 타이 투이바사, 커티스 블레이즈 등 쟁쟁한 헤비급 괴물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파블로비치와 달리 아스피날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는 7살 때 아버지를 따라 주짓수를 배우면서 격투기의 길로 접어들었다. 주짓수 영국오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재능을 확인했다. 같은 시기에 레슬링과 복싱도 함께 수련하면서 종합격투기에 관심을 두게 됐다. 마침 17살 때 173cm에 불과했던 키가 20cm 이상 컸고 헤비급 파이터에 걸맞는 체격을 갖추게 됐다.1993년생 아스피날은 통산 16전 13승 3패 전적을 가지고 있다. 13승이 모두 피니시 승리고 그 중 10번은 KO(TKO) 승이다. 2020년 UFC 데뷔 후 승승장구를 이어가다 작년 7월 커티스 블레이즈에게 1라운드 15초 만에 무릎 부상으로 인해 TKO 패를 당해 연승이 끝났다. 하지만 올해 7월 마르친 티부라(폴란드)를 1라운드 1분 13초 만에 TKO로 누르고 건재함을 증명했다.두 선수 모두 압도적인 체격조건과 힘을 자랑한다. 이름값은 존스나 미오치치에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최근 경기력이나 기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체격조건도 파블로비치(191cm 116kg)와 아스피날(196cm 117kg) 모두 월등하다. 100kg이 훨씬 넘는 거구지만 군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다만 경기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파블로비치는 월등한 완력을 앞세워 상대를 펀치로 쓰러뜨리는 스타일이다. 마치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탱크같은 스타일이다. 반면 아스피날은 주짓수가 특기인 만큼 서브미션에도 능하다. 물론 타격도 강력하다. 특히 엘보우로 상대를 제압하는데 능하다. 전문가들도 둘의 승부를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스탠딩 타격에선 파블로비치가, 그라운드에선 아스피날이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그것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현지 스포츠 베팅업체들이 내놓은 배당률을 보면 얼마나 경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현지 스포츠 베팅업체가 내놓은 배당률을 보면 아스피날은 -120, 파블로비치는 -110이다. 아스피날은 120원을 걸어야 100원을 벌고, 파블로비치는 110원을 걸어야 100원을 번다는 의미다. 두 선수 모두 배당률이 마이너스다. 누가 언더독이고, 누가 탑독인지 점칠 수 없다는 뜻이다.한 가지 분명한 점은 누가 이기든 ‘짧은 밤’이 될 것이란 점이다. 5라운드 경기로 치러지지만 정말 둘의 대결이 5라운드까지 갈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제 30대에 접어드는 두 젊은 헤비급 파이터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승부에 세계에서 최강자는 한 명뿐이다. 동시대에 두 명의 최강인 존재할 수 없다.존스와 미오치치의 시대가 점점 저물어가고 프란시스 은가누가 UFC를 떠난 상황에서 파블로비치와 아스피날은 새로운 헤비급 라이벌 시대를 열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잠정 타이틀전은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2023.11.1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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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파이트클럽] 프란시스 은가누 효과...링과 옥타곤 경계가 사라진다

프로복싱 WBC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35·영국)와 종합격투기 UFC 전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의 복싱 대결이 일으킨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퓨리가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전원일치가 아닌 2-1 스플릿 판정승이었다. 경기 전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구 최강 복서로 인정받았던 퓨리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은가누의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 퓨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판정 결과가 나왔을 때 관중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은가누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SNS 상에서도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선수와 관계자들은 복싱의 판정시스템을 대놓고 조롱했다. 반면 복싱 쪽에선 “제대로 망신당했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은가누와 종합격투기였다.이번 은가누의 복싱 도전은 복싱과 종합격투기의 콜라보를 가속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링과 케이지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복싱과 격투기의 결합은 제법 오래된 얘기다. 그 시초는 1976년 전설의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레전드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이종(異種)격투기’ 경기였다. 이는 오늘날 종합격투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무술끼리 맞붙는 순수한 이종격투기였다.경기 내내 알리는 선 채로 이노키를 도발했고, 이노키는 드러누워 발차기만 거듭했다. 종합격투기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당시에는 지루하고 우스꽝스러운 대결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는 다른 무술을 연마하지 않은 순수한 복서와 레슬러가 실전 싸움을 벌일 때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잘 보여준 교과서 같은 경기였다.일본 입식타격기 대회 K-1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1990~2000년대는 복서들의 도전이 잇따랐다. WBO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레이 머서와 섀넌 브릭스(이상 미국), IBF 헤비급 챔피언 프랑소와 보타(남아공) 등이 K-1에 진출해 킥복서들과 대결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성기가 훨씬 지난 시점에서 K-1에 뛰어들었다. 큰 실패만 맛본 뒤 조용히 사라졌다.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출신인 최용수도 K-1에서 일본 킥복서 마사토와 경기를 치러 무참히 졌다.최근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복싱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시작은 UFC 최고의 흥행메이커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였다. 2016년 8월에 열렸던 ‘무패 복싱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가진 복싱 대결에서 맥그리거는 10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그 경기를 본 관계자와 팬들은 역시 ‘종합격투기 선수가 복싱으로 싸우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이후에도 UFC 전 웰터급 챔피언 타이슨 우들리(미국)와 UFC에서 맥그리거를 이겼던 네이트 디아즈(미국) 등이 복싱에 도전했지만 모두 패했다. 이들의 상대는 2000만 이상 구독자를 자랑하는 복싱 유튜버 제이크 폴이었다. 그는 전문복서이기는 하지만 정상급 실력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UFC에서 최정점을 찍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제이크 폴에게 당했다. 종합격투기와 복싱은 전혀 다른 영역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가누는 그런 고정관념을 무참히 깼다. 은가누의 선전은 종합격투기가 언젠가 복싱까지 집어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은가누는 석연찮은 판정패라는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동안 UFC에서 벌어들은 총 대전료의 몇 배에 달하는 1000만 달러(유료 TV 구매 수익은 별도)를 벌어들었다. 그전까지 은가누가 한 경기에서 받았던 가장 많은 개런티는 60만 달러였다. 퓨리와 경기를 마친 뒤 마우리시우 슐레이만 WBC 회장은 “은가누를 헤비급 랭킹 10위 안에 올리겠다”고 밝혔다.고국 카메룬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살다가 프랑스로 이주해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격투기를 시작한 은가누는 프로복싱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은가누의 명성이라면 종합격투기에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프로복싱 빅매치는 흥행 레벨이 다르다. 막대한 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점만으로도 은가누는 진정한 승자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복싱에 자꾸 눈을 돌리는 이유도 돈이 결정적이다.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는 UFC에서 톱클래스로 인정받는 선수는 경기당 50만 달러에서 최대 300만 달러 정도의 파이트머니를 받는다. 반면 프로복싱은 빅매치의 경우 수백만 달러 대전료는 기본이다. 한 경기에 1000만 달러가 넘는 대전료가 오가기도 한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복싱 무대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복싱계도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도전을 반기고 있다. 최근 복싱은 새로운 스타의 부재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미국 복싱 시장의 경우 좋은 자원들이 종합격투기 쪽으로 흘러가면서 주도권을 유럽에 빼앗겼다. 그나마 멕시코 등 중남미계 복싱 스타들이 흥행을 이끄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UFC 등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스타 파이터들이 복싱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복싱계에서도 반가운 일이다.이데일리 기자 2023.11.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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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파이트클럽] '30년 프로레슬링 인생' 타지리, 그가 여전히 링에 오르는 이유

프로레슬러 타지리(53·본명 타지리 요시히로)는 현역 일본 레슬러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172cm 83kg의 작은 체격에도 날카로운 킥과 화려한 공중기술로 일본은 물론 프로레슬링의 본고장 미국 무대를 주름잡았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챔피언을 6차례나 지냈다.타지리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 이유는 강력한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인상,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반칙에 능했다. 결정적 순간 입에서 정체모를 녹색 액체를 내뿜는 이른바 '그린미스트' 기술은 상대 선수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린미스트를 맞은 상대는 눈을 뜨지 못한채 멘붕에 빠진다. 타지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머리쪽에 강력한 킥을 날려 승리를 따냈다.필자는 최근 타지리를 한국에서 직접 만났다(참고로 그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레슬러 중 한 명이다). 1970년생으로 50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근육질 몸매나 매서운 인상은 여전했다. 밖에서 만나는 자리였지만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천생 프로레슬러였다.1994년 대학 아마레슬링 선수로 활약하다 프로레슬러 길로 뛰어든 타지리는 지금도 현역이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 WWE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이후에도 간간이 WWE 초청을 받아 경기에 나섰다. 2016년에는 10여년 만에 WWE에 공식 복귀했지만 무릎 부상 때문에 길게 활약하지는 못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단체에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소규모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젊은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타지리에게 자신을 상징하는 대표 기술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그린미스트'라고 했다. 화려한 공중기술이나 타격기를 자랑하는 그가 직접 꼽은 대표 기술이 반칙 기술이라니. 처음에는 의외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나는 프로레슬러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표현자(performer)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와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싸우는지를 표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저는 프로레슬링이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레슬링은 보여주는 스포츠입니다. 상대를 때리거나 던지는 기술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미스트는 프로레슬링에서만 있는 동작입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말이 안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동시에 가장 프로레슬링다운 기술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기술을 가장 좋아하고 나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타지리는 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자주 경기를 치르고 있다. PWS라는 국내 단체에서 올해만 수 차례 경기에 나섰고 챔피언까지 올랐다. 사실 한국 프로레슬링은 적으면 몇 십명, 많아야 100~200명 관중 앞에서 대회를 치른다. 수만 명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렀던 '레전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대일지 모른다.하지만 타지리는 관중수나 경기장 크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솔직히 프로레슬링을 통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고 돈도 벌 만큼 벌었다"며 "프로레슬링 자체의 흥미는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그럼에도 이처럼 활발하게 링을 누비는 이유는 뭘까. 그는 대신 프로레슬링을 하는 사람에게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회를 열고, 부상을 무릅쓴채 몸을 날리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단다. 심지어 그들의 생활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소설도 여러 편 출간했다. 소설 제목은 '프로레슬러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프로레슬러는 세계를 도는 유랑 예술인', '소년과 링스태프' 등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일본내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지리는 최근 프로레슬링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합니다.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면 되니까 그냥 해봐라. 될지 안될지는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일단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타지리는 한국 프로레슬링에 대한 인연도 깊다. 지금을 세상을 떠난 김일, 이왕표 선생과 자주 만나 프로레슬링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김일 선생의 추모 경기에도 여러차례 출전했다. 그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명맥을 이어가는 한국의 젊은 선수들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그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앞으로 김일 선생이나 이왕표 선생 같이 전국민이 아는 슈퍼스타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건 프로레슬링 인기가 높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SNS 등이 발달된 시대입니다. 전국민의 영웅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자기를 좋아하는 팬들을 만나기에는 좋은 시대가 됐습니다. 열심히 팬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조금씩 지명도를 올린다면 머지않아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3.09.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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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UFC파이터 없는 싱가포르는 어떻게 UFC 중심지가 됐나

싱가포르는 종합격투기 UFC 아시아의 중요한 거점이다. 오는 26일 싱가포르 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싱가포르: 할로웨이 vs 더 코리안좀비’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6번째 UFC 대회다. UFC는 싱가포르에서 2014년부터 꾸준히 대회를 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대회를 치렀다. 재밌는 것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싱가포르 선수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회를 치르는 데 문제는 없을까. UFC 아시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앞선 5번 대회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이번 대회도 문제없이 매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UFC 싱가포르 대회 티켓은 60달러(8만원)부터 최대 3000달러(400만원)에 이른다.싱가포르가 UFC에 딱히 열광적인 건 아니다. 2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싱가포르 매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종합격투기 저변은 그리 크지 않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파이터로는 원챔피언십 여성 챔피언인 안젤라 리가 있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계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안젤라 리는 싱가포르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그가 자라고 운동한 곳은 미국이다. 싱가포르 격투기와 상관 없는 셈이다.그런데도 싱가포르는 UFC에 진심이다. 심지어 동남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격투기 대회인 원챔피언십 본부가 있는 것도 싱가포르다. 격투기 인기는 한국, 일본, 중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종합격투기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중심이다.이는 싱가포르의 국가적인 목표와도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에서 스포츠 이벤트는 중요한 산업이다. 싱가포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행사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에서 꾸준하게 포뮬러1(F1)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하고, 싱가포르오픈 같은 큰 규모의 테니스 토너먼트도 열린다. 지난 6월에는 대규모의 e스포츠 위크가 열려 싱가포르 MZ세대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UFC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UFC 싱가포르 대회를 지원하는 가장 큰 손은 싱가포르 관광청(STB)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 명소로서 싱가포르를 알리기 위해 UFC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막대한 관광 수입도 얻는 것은 물론 숙박, 식사, 교통 서비스 등 관련 경제효과도 기대하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으로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UFC는 2018년 싱가포르 전역에 UFC 프랜차이즈 체육관 15개를 개장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UFC와 웰니스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케빈 장 UFC 아시아 대표는 “UFC 싱가포르 대회는 단순히 싱가포르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케빈 장 대표는 “싱가포르는 UFC 레벨에서 뛸 만한 선수가 아직 없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이미 높은 수준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싱가포르는 UFC 대회를 열기 좋은 환경이다. 중국을 비롯해 주변 동남아 국가에 영향력이 큰 데다 국가적인 지원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옹링리 스포츠건강 국장은 “UFC가 지속적으로 개최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월드클래스 스포츠레저 이벤트 개최지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UFC 파이터들과 팬들이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싱가포르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싱가포르의 UFC에 대한 관심을 살펴보면서 한국은 왜 스포츠를 산업으로 확대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한국은 아직도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세금을 쏟아붓는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강하다.종합격투기가 한국에 본격 소개된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동네 쌈박질’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국내 격투기 관계자도 “한국에서 대회를 한 번 열려면 여러 편견과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하지만 조금만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지운다면 UFC 등 격투스포츠는 훌륭한 글로벌 산업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변변한 UFC 파이터 한 명 없는 싱가포르가 UFC의 아시아 허브가 된 것을 분명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2023.08.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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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그때 김동현과 싸웠다면 어땠을까...'UFC 공무원 파이터' 닐 매그니

미국 종합격투기 UFC 웰터급 랭킹 11위인 닐 매그니(36·미국)는 2013년부터 10년째 UFC에서 활약 중인 베테랑이다. UFC에서 무려 20승 9패를 기록 중이다. 20승은 UFC 웰터급 역대 최다승 기록이고, 29경기는 UFC 웰터급 역사상 최다 출전 2위에 해당한다. 매그니는 한국 선수와도 제법 인연이 있다. 2015년 5월 임현규와 대결해 2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당시 매그니는 1라운드 초반 임현규의 플라잉 니킥을 얻어맞고 다운을 당했다. 하지만 이후 임현규가 지친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에 나섰고, 결국 2라운드 파운딩 연타에 의한 레퍼리 스톱 TKO를 일궈냈다.이미 8년이 지났지만 매그니는 임현규와 경기를 뚜렷하게 기억했다. 매그니는 필자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임현규와 경기를 언급하자 활짝 웃었다. 그는 “물론 잘 기억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열린 경기였는데 정말 힘들고 대단한 경기였다”면서 “임현규는 쉽지 않은 상대였고, 난 거의 패배 직전까지 갔다. 다운을 당했지만, 역전승을 거둬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임현규를 이기고 이듬해는 ‘스턴건’ 김동현과 대결을 할 뻔했다. 둘은 2016년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202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다. 김동현은 4연승을 달리다 타이론 우들리(미국)에게 패한 뒤 다시 2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매그니도 임현규를 이긴 뒤 대미안 마이아(브라질)에게 패했지만, 이후 3연승을 기록할 만큼 상승세였다. 당시 매그니는 7위, 김동현은 9위였다. 둘이 붙어서 이기는 선수는 상위 랭킹 진입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경기는 성사되지 못했다. 김동현이 미국에서 훈련하던 도중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한 것. 김동현과의 대결 무산은 매그니에게도 좋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매그니는 대체 선수로 나선 로렌츠 라킨(미국)과 싸워 1라운드에 팔꿈치 공격을 당해 KO패를 당했다.매그니에게 당시 싸울 뻔했던 김동현에 대해 물었다. 당시 김동현의 경기를 수없이 돌려보고 분석했다는 매그니는 “2016년 당시 김동현은 정말 대단한 파이터였다”며 “그라운드를 잘하는데다 펀치 파워도 상당했다. 모든 걸 갖춘 선수였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경기를 열심히 대비했는데 경기가 성사되지 못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만약 그때 김동현과 싸웠다면 누가 이겼을까’라고 다시 물었다. 매그니는 껄껄 웃더니 ‘ME(나)!’라고 외쳤다. 그는 “김동현을 존경하지만 그때 나도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이길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현이 격투기 선수로서 은퇴 후 연예인으로 활동한다고 하자 매그니는 ‘정말? 와우! 대단한데’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김동현과 달리 매그니는 여전히 현역 파이터다. 심지어 1년에 3~4경기씩 꾸준히 치른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5경기를 소화한 적도 있다. ‘UFC의 공무원’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는다.매그니는 자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난 매일 훈련하고 준비한다. 체육관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면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며 “다행히 지금까지 큰 부상도 없었다. 경기를 자주 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그니는 오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잭슨빌에서 열리는 ‘UFC on ABC: 에멧 vs 토푸리아’ 대회에서 필립 로우(미국)와 UFC 서른 번째 경기를 치른다. 로우는 UFC 랭킹에 올라가 있진 않지만, 최근 3연속 TKO승을 거둔 무서운 신예다.매그니는 최전성기에서 내리막길을 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매그니는 “가족은 10년 동안 내가 UFC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상대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내게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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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파이트클럽] 올림픽 역사나 다름없는 복싱, 왜 퇴출 위기에 몰렸나

고대올림픽부터 열렸던 복싱이 과연 올림픽에서 사라질까. 수천 년을 이어온 복싱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7일 열린 집행위원회를 통해 전 세계 아마추어 복싱을 관장해 온 국제복싱협회(IBA)에 사실상 퇴출 통보를 내렸다. IOC 집행위원회는 IBA의 승인을 철회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오는 22일 열리는 임시 IOC 총회에서 내려진다. 집행위원회 결정이 뒤집힐 일은 거의 없다.그동안 IOC는 IBA를 향해 심판 문제, 재정, 지배구조, 윤리 문제 등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IBA는 IOC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IOC는 더 이상 IBA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복싱은 오래전부터 올림픽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회 마다 심판 판정 및 금지약물 등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의 박시헌이 미국의 로이 존스를 이기고 금메달을 딴 것도 판정 논란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다.복싱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린 대회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이었다. 대회 기간 내내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IOC는 변호사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독립조사기구를 통해 리우 올림픽 복싱 판정 조사하도록 의뢰했다. 조사기구는 당시 채점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 대회에서만 11경기나 조직적으로 승부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냈다.조사기구는 당시 IBA를 이끌었던 대만의 우칭궈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일부 국가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은 그 보상으로 해당 국가 선수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IOC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IBA에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다. IBA도 IOC가 요구한 개혁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원래 AIBA였던 연맹 이름을 IBA로 바꾼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IOC와 IBA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IBA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사건은 2018년 1월 일어났다. 당시 IBA는 리우 올림픽 판정 논란과 기구 재정난을 초래한 우칭궈 회장을 퇴진시켰다. 대신 최장수 부회장이었던 가푸르 라히모프(우즈베키스탄)를 임시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마약 거래 조직과 연루된 주요 범죄자였다. IBA의 도덕성은 또 한 번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결국 IOC는 2019년 총회에서 IBA의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IF) 자격을 정지시켰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복싱은 IBA가 주관하지 않고 대신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했다.IOC와 IBA가 완전히 돌아서게 된 것은 2020년 우마르 크렘레프(러시아)가 새 회장에 취임하면서다. 크렘레프 회장은 첫 번째 2년 임기를 마치고 2022년 5월 재선에 성공했다.이 선거도 문제가 많았다. 네덜란드의 보리스 판데르 보르스트가 경쟁 후보로 나섰지만 IBA는 그의 출마 자격을 문제삼아 후보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판데르 보르스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하지만 IBA는 선거를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다. 단독후보였던 크렘레프 회장은 투표 절차 없이 박수로 당선됐다.재선에 성공한 크렘레프 회장은 폭주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던 러시아 및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출전과 국기 게양, 국가 연주를 허락했다. IOC를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고, 이는 IBA 퇴출 결정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IBA가 퇴출됐다고 해서 복싱이 올림픽에서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도쿄 올림픽 때처럼 2024년 파리올림픽 복싱도 IOC가 직접 주관해 개최될 예정이다. 다만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복싱이 열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IBA는 IOC의 퇴출 결정에 CAS 제소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싱계에선 IBA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단체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IBA의 일방 독주에 반발해 일찌감치 탈퇴한 미국, 영국 등이 가입한 ‘월드복싱(World Boxing.WB)’이라는 단체가 힘을 얻고 있다. IOC도 WB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복싱의 올림픽 퇴출을 가장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프로복싱 시장을 가지고 있다. 복싱이 정식종목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올림픽 자체에 크게 타격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복싱 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프로복싱의 풀뿌리라 할 수 있는 아마추어 복싱이 흔들리면 이는 곧 프로복싱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로복싱을 대표하는 챔피언들은 대부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복싱은 그리스 고대올림픽에서부터 열렸다. 물론 지금과는 형태가 달랐다. 고대올림픽 복싱은 작은 원안에서 두 선수가 맨주먹으로 치고받았다. 근대올림픽에선 1904년 제3회 세인트루이스 하계올림픽부터 복싱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앞세워 처음 출전했던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한 종목도 복싱이었다. 한때 한국의 메달 효자종목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복싱이 올림픽 퇴출 위기에 몰렸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23.06.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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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코리안좀비에게 진 댄 이게, 그가 심리상담까지 받았던 이유

“코리안 좀비와 경기는 내게 큰 시련이었다.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까지 찾아왔다.”미국 종합격투기 UFC 페더급 파이터 댄 이게(31·미국)는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2021년 6월 UFC 대회에서 ‘코리안좀비’ 정찬성과 맞붙었던 주인공이었다. 당시 정찬성과 메인이벤트로 맞붙었던 이게는 5라운드 내내 나름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이게는 필자와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정찬성과 당시 경기를 돌아봤다. 단순히 1패 이상 의미를 갖는 패배였다. 파이터로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큰 영향을 미쳤다. 파이터로서 자신만만했던 그에게 정찬성은 높은 벽이었다. 자신을 지탱했던 자신감이 무너졌다.그전까지 연패를 몰랐던 이게는 정찬성에게 패배를 맛본 후 3연패 늪에 빠졌다. 당시 8위였던 UFC 페더급 랭킹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장 큰 위기가 이게에게 찾아왔다. “코리안좀비와 경기를 치른 것은 내게 영광이었다. 난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를 동경해 왔다. 그와 케이지를 함께 나눴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었다. 다만 정말로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좀비의 경기 운영(레슬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내 게임 플랜은 좀비와 타격으로 맞붙어 그를 넉아웃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좀비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고 결과는 완패였다.”정찬성과 경기는 이게가 아빠가 되고 나서 치른 첫 경기였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정말 컸다고 한다. 정찬성에게 패한 뒤 가족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자책감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경기에서 연패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정말 힘들었던 시기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았다. 상담을 통해 나 스스로 마음을 더 오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에는 내 마음을 감추려고 했지만 이후 형제, 가족,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확실히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이게는 올해 1월 데이먼 잭슨(35·미국)을 2라운드 펀치 KO로 누르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승리 방식이었다. 파이터에게 승리는 모든 병을 낫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이다. 이게도 모든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22개월 만의 승리였다.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몸 관리도 더 신경을 썼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기를 준비했고, 다시 이길 수 있었다.”이게는 4개월여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선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 열리는 UFC 289 대회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한다. 상대는 최근 3연승 중인 베테랑 파이터 네이트 랜드웨어(35·미국)다. 이게와 같은 타격가 스타일이라 재밌는 경기가 기대된다.“이번 경기가 너무 기대된다. 상대는 화끈하면서도 영리한 파이터다. 게다가 약간 ‘크레이지’하기도 하다. 그래도 난 싸움을 걸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정말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너무 경기가 기다려지고 흥분된다.”정찬성과 경기 당시 이게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하와이 출신이지만 그는 아시아계다.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건너온 이민자다. 쿼터 제패니스인 셈이다. 그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고 했다.“아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은 내게 특별한 일이다. 할아버지 나라인 일본을 가본 적은 없다. 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항상 아시아인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항상 감사드리고 이번에 멋진 경기를 선물하고 싶다. 기대해달라.” 2023.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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